제프리디버 '도로변십자가'
교통사고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도로변에 놓여있는 장미꽃과 십자가를 고속도로 순찰대 젊은 경관이 발견한다. 짠하다기 보다는 섬뜩한 느낌이 드는 기념비이고, 더군다나 기념비의 날짜는 내일 날짜로 으스스했지만 무심히 넘어간다. 하지만, 다음날 공교롭게도 트렁크에 갇힌 태미라는 소녀가 발견이 되고 갇혀 있었던 트렁크 안의 장미와 십자가에 있는 장미꽃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사건이 관련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사를 맡은 캐트린 댄스는 조나단 볼링교수의 도움을 받아 태미의 노트북을 조사하던 중, 사건 있기 며칠 전에 올린 글을 보게 된다. '칠턴 리포트'란 블러그의 '도로변십자가' 글에 대한 댓글이다. 그 사건은 트래비스 브리검이라는 소년이 얼마 전, 날씨로 인한 도로 사정으로 보이는 교통사고를 내게 되고, 무죄임이 증명됐음에도 그를 아는 사람들로 시작되서 인터넷 상에서 비난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온라인으로 집단 따돌림을 받은 트래비스가 복수심에 사로잡혀 그 분노를 표출할거라는 추측과 함께 트래비스를 조사하게 된다. 그러면서 태미뿐 아니라 악플을 달았던 이들에게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점점 악플,선플에 상관없이 칠턴 리포트에 댓글을 단 사람들이 무작위로 사고를 당하게 된다.
캐트린 댄스는 더 이상의 사고를 막기 위해 '칠턴 리포트'의 블로거 칠턴을 만나지만 얻는게 없다. 또한, 안락사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어머니와는 진실을 의심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인터넷상의 익명으로 무심코 쓴 글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파급력으로 당사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는 악플러에 대한 것과 몇년 전 이메일의 내용으로 가족에게 법정에서 불리한 진술이 될수도 있다는 이러한 이야기설정들이 요즘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몇년 전에, 아이이름으로 무심코 검색했다가 아이사진과 글을 보고 깜짝 놀랬던 적이 있다. 되도록이면 아이사진과 개인적인 글은 비공개로 하고 지웠는데도 불구하고 나오는 걸 보면... 그래서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에 무심코 쓴 글이 불씨가 되어 내게 부메랑이 되어 날라와 구설수에 오르는 연예인을 봐도 인터넷상에 글을 쉽게 올리는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또,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하게 벌어지는 때에 되도록이면 나와 내 가족 신상은 올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다짐하게 된다.
반전의 대가 제프리 디버, 그의 소설 '도로변 십자가'는 캐트린이 나오는 두번째 소설이다. 제프리 디버의 소설이라 두께가 되더라도 몰입도 여전하지만 전에 나온 다른 소설보다는 몬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다.
처음 링컨라임 시리즈에서 처음 만났던 캐트린 댄스가 인상적이라 우리 부부는 종종 드라마나 영화든 TV를 보다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나오면 '캐트린 댄스가 보면 단번에 알텐데..' 하면서 얼마나 멋진 인물인가 얘기했었는데.. 오래 전에 읽어서 자세히 기억은 나질 않지만<잠자는 인형>보다는 구성면이나 재미면도 떨어지는 듯 하다.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동작의 패턴을 알아내서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캐트린의 활약이 더 돋보이는 작품이 나왔으면 한다. 또, 끝부분에서 보여준 삼각관계(두 남자 모두 매력적이라 누구편을 들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캐트린이 행복한 쪽으로..ㅎㅎ)도 기대가 되고...
아마도 다음 시리즈 읽을때면 또 이 모든게 잊혀지겠지..ㅠ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쫌만 지나면 책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인터뷰와 심문에서의 동작학적 분석은 기선을 다져놓는 과정이다. 기선은 상대가 진실을 얘기할 때 보이는 태도들의 목록이다. 손을 어디에 두는지,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얼마나 자주 마른침을 삼키고 헛기침을 하는지, 말이 항상 '음'으로 시작되지는 않는지, 발로 바닥을 두드리지는 않는지, 몸을 웅크리거나 앞으로 기울이지는 않는지, 답변하기 전에 머뭇거림이 있는지.
신뢰할 만한 기선이 마련되면 동작학 전문가는 상대가 거짓 답변을 내놓을 이유가 있을 많나 질문을 던져놓고 상대의 반응이 기선을 벗어나는지 지켜본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그에 따른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기선을 벗어나는 제스처나 말투를 쓰게 된다. (도로변 십자가 52~53쪽)
인터넷에 올리는 모든 글들, 그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자신이 올리는 글들, 누군가가 자신에 대해 올리는 글들, 그 모든 건 영영 삭제되지 않습니다. 영원히 남게 돼요. (도로변 십자가 164쪽)
현실에서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 숨어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기 때문이지. 하루 종일 키보드를 두드려대느라 '책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짚어볼 여유나 있겠어? '대가'라는 단어의 의미는 알고 있나?
(도로변 십자가 472쪽)
싸구려 컴퓨터와 웹사이트와 블로그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단 5분만에 개인적인 의견을 마음껏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세계 각지에서 수백만 명이 들여다보는 공간 말입니다. 그 공간은 사람을 권력에 취하게 합니다. 그 권력은 힘들게 얻은 게 아니라 손쉽게 훔친 것이죠. (도로변 십자가 475쪽)
부모는 자식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성실히 챙겨줄 뿐, 대신 나서서 싸워줄 순 없어. 그냥 뒤에서 응원하고, 기도만 하는 거야. 현명한 선택을 가르치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면 되는거라고.
벌어진 일들을 분석하고, 의심을 품는 네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말 뿌듯했어. 널 눈뜬장님으로 키우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편견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해. 그리고 난 편견으로 눈이 먼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 넌 모든 걸 꿰뚫어 진실을 들여다보려 애썼어. (도로변 십자가 5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