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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악의(惡意)'

by B~올렛 2012. 8. 22.

 

 

이야기는 인기작가 히다카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그 현장을 발견한 인물이자 친구인 노노구치와 사건을 맡게 된 가가 형사의 수기가 번갈아 나오며 범인, 범행을 추리해 가는 이야기이다. 가가 형사는 사건 현장의 트릭과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치밀하게 조사하여 누가, 왜 죽였는지 밝혀낸다. 

 

선입견에 대한 트릭,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이런 트릭을 알 때가 있고 전혀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먼저, 읽었던 '스노우맨'에서는 느꼈기 때문에 범인을 추측할 수 있었고, 반전의 묘미가 떨어진 감이 있었는데, 이는 아마도 작가 글빨도 작용하는 듯 하다.

 

'악의'를 읽으면서 의심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인지,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놀랐다.

물론 의심할 만한 트릭을 내가 못 느끼게 글이 좋았기 때문일듯 하다.

 

악의란게 이 책에선 극단적으로 살인의 동기가 되었지만, 작게라도, 선의처럼 누구에게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질시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열등감과 자라온 환경속에서 만들어지는 악의.......

책을 읽고 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 그리고 '누가'가 아닌 '왜'를 찾아 풀어가는 스토리가 참신하다고 느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처음 접해보았는데, 다른 책들도 빨리 읽어야겠다. 기대 된다. ^^

 

 

 

"교사와 학생의 관계라는 건 착각 위에 성립되는 거야. 교사는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다고 착각하고 학생은 뭔가를 배우고 있다고 착각하지. 그리고 중요한 건 그렇게 착각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행복하다는 거야.

진실을 알아봤자 좋을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거든. 우리가 하는 일은 말하자면 교육놀이에 지나지 않는 거야."

(악의 83쪽에서)

 

 

첫 작품 때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몰두할 수 있었지만, 두 번째 작품이 되고 보니 세세한 부분이 묘하게 마음에 걸려서 한 가지 표현을 결정하는 데 한 시간이 넘도록 책상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원인은 아무래도 내가 독자를 의식하는 데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첫 작품은 누구에게 읽히겠다는 목적도 없이 쓰기 시작했지만 이번 작품에는 히다카라는 독자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나를 어떤 의미에서는 겁쟁이로 만들어버리는 모양이었습니다. 독자를 의식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바로 이런 점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악의 194~195쪽)

 

 

'어느 날 갑자기 악령의 봉인이 떨어져나간 것처럼' 폭력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건 요즘의 학교폭력에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피해자를 덮치는 폭력에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마오카는 그런 폭력에 굴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점차로 그의 가슴은 공포감과 절망감으로 가득하게 된다.

- 그가 특히 끔직하다고 생각한 것은 폭력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미워하는 자들이 발하는 음陰의 에너지였다. 그는 지금껏 이 세상에 그런 악의가 존재한다는 건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악의 270~271쪽)

 

 

"마에노는 상대를 죽이고 자신도 죽을 생각이었다는 거예요. 야마오카에게 왜 그렇게 마에노를 괴롭혔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대요. 왜 마음에 들지 않았느냐고 재우쳐 물어봤는데, 딱히 이유는 없다는 거예요. 아무튼 마음에 안든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그 말만 자꾸 하더군요."

그 말을 나는 한없이 어두운 마음으로 듣고 있었다.

(악의 316쪽) 

 

 

 

이번 사건을 맡으면서 문학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접해보게 되었습니다만, 작품을 평하는 말 중에 독톡한 표현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인간을 묘사描寫 한다' 라는 말입니다. 한 인물이 어떤 인간인지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글을 써서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듯일 텐데, 그건 단순한 설명문으로는 어렵다고 하더군요. 아주 작은 몸짓이나 몇 마디 말 같은 것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그 인물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도록 쓰는 것이 '인간을 묘사한다'라는 것이라던데요?

(악의 342~343쪽) 

 

 

죽음을 각오했을 때, 당신의 마음속 봉인이 풀려버렸을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당신은 히다카 씨에 대한 악의를 가슴속에 품은 채 이 세상을 떠나는 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악의의 등을 떠민 것이 히다카 씨가 당신의 과거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악의 347쪽)